언젠가 쓰겠다고 미뤄둔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저는 그 이야기를 미루는 이유가 시간이라고 오래 생각했습니다.
일이 줄어들면, 아이가 크면, 조금 여유가 생기면 쓰겠다고요.
아니었습니다.
시간이 생긴 해에도 저는 쓰지 않았습니다.
멈춘 자리는 늘 같았습니다. 「내 이야기가 책이 될 만한가.」
그 질문에는 답이 없습니다.
누구도 자기 삶을 바깥에서 볼 수 없으니까요.
스스로 점수를 매길 수 없는 질문을 앞에 두면
사람은 쓰지 않는 쪽을 고릅니다. 당연합니다.
질문을 바꾸면 달라집니다.
책이 될 만한가가 아니라,
누구에게 남길 것인가.
앞의 질문은 심사입니다. 뒤의 질문은 방향입니다.
심사는 사람을 멈추게 하고, 방향은 사람을 쓰게 합니다.
받을 사람이 정해지는 순간 문장이 나옵니다.
아이에게. 손주에게. 아직 만나지 못한 누군가에게.
그 사람이 정해지면 문장의 높이도 정해집니다.
무엇을 설명해야 하고 무엇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가 같이 정해집니다.
제가 곁에서 본 글들은 거의 다 그 순서였습니다.
잘 쓰려고 애쓰다가 멈췄고,
누구에게 주려고 쓰기 시작하면서 끝까지 갔습니다.
오늘 하나만 정해보세요.
그 이야기를 누구에게 남기고 싶으신지.
한 사람만 떠올리면 됩니다.
쓰지 않으면 아무도 모릅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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